2011. 2. 28. 17:55ㆍ나의 단상집
우리 님들 맛좋은 음식을 몸이 아파서 못 먹어본 적이 있으세요?
저도 지난 추석에 그런 적이 있어 다소 시의에 걸맞지 않지만,
그때 썼던 글을 한번 올려보겠습니다.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세요.
지난 가을의 단상
가을하면 으레 떠오르는 것은 하늘이 푸르다 못해 높아만 가고 말도 살이 오르는 계절, 즉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는 것이다. 이에 걸맞게 추석이라는 명절이 끼어있다. 오곡백화가 무르익어 추수의 기쁨도 느끼고,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여 조상께 감사도 드리고 먹고 마시면서 즐기라는 뜻이겠다.
이번 추석에 의국원들이 정성을 모아 거나하게 쇠고기 갈비 한 짝을 보내왔다. 가을이니 실컷 먹고 살이라도 뚱뚱 쪄보라는 말인가 싶어 내심 기쁘게 받아드렸다. 내 몰골이 본디 살이 안 붙는 체질이라서 아무리 먹어대도 피골이 상접한 양 볼품이 없어 보였는데, 아마도 이런 날 위안하러 보냈겠거니 하고 생각하니 쓴웃음이 피식하고 새어나왔다. 덕분에 밥상에는 먹음직스러운 갈비가 올라오게 되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난데없이 잇몸에 탈이 붙기 시작했다. 갑자기 잇몸이 퉁퉁 붓고 한쪽 볼따귀가 오리 알처럼 튀어나오더니만, 얼마나 쏙쏙아리고 아픈지 밤새도록 잠 한숨 못자고 끙끙 앓고 드러눕게 되었다. 이름 하여 치주염이었던 것이다.
이러니 갈빗대를 뜯기는커녕 두부 한 모를 씹는데도 얼굴을 찌푸려대야만 했다. 모처럼 맞은 명절 아침상에 오른 군침이 감도는 갈비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기껏 애써 잡아놓은 쥐를 주인에게 뺏긴 고양이 같은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이게 바로 이솝 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두루미가 서로 초대하여 상대방이 못 먹게 각자 병과 접시에 음식을 담아 내놓는 꼴이 아니던가? 마치 여우가 두루미집에 초대받아 간 것만 같았다.
그렇잖아도 하고픈 짓 제대로 못하고, 보고 듣고픈 것 채 못하고서 참고 견디는 것만도 어딘데, 상에 놓인 갈비마저 못 먹게 된 내 이빨보다도 그런 걸 지닌 내 자신이 그지없이 서글퍼지는 것이었다. 울적해지는 까닭 없는 권태와 무기력을 이기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이젠 제대로 씹어보려는 능력마저 빼앗아가려는가 못지않게, 어느덧 내 오장육부에 차근차근 어금이 가기 시작한 것인가 싶어서 마음까지 심란해지는 것이었다.
...............................
몸이 아파서 맛있는 것 못 먹는 신세가 처량하겠죠?
울님들 항상 건강을 챙기셔서 이런 꼴은 당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길 빕니다.
......................................
그 군침도는 갈비를 맘대로 못드셧으니....ㅋ
그런데 고란초님의 말씀대로 아무리 드셔도 살이 안찌시는 체질같습니다.?
카타리나는 그런 분이 부러운데요"? 세상은 불공평합니다.ㅎ
가축년 새해엔 떡국과 갈(?).맛있는 음식 많이 드셨겠지요?"
늦었지만 .올해도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 되시길 기원합니다.
- 고란초 2009.01.05 09:29
- 카타리나님, 다시 뵈니 정말 반갑습니다.
저도 살 좀 쪄보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 되네요. 에구!
체질이라서 인력으로는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저도 세상이 불공평하네요.ㅎㅎㅎ
이건 지난 이야기고 지금은 뭐든 잘 먹고 있습니다.
카타리나님, 걱정해주셔서 정말 눈물겹게 감사드리구요.
카타리나님,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이 모두 잘되시길 진심으로 기원드립니다.
'나의 단상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0) | 2011.02.28 |
---|---|
주인과 손님의 마음 (0) | 2011.02.28 |
부부간의 이해는 사랑의 원천 (0) | 2011.02.28 |
한국춘란 전시회에 부쳐 (0) | 2011.02.28 |
구원의 여인상 (0) | 2011.02.28 |